코딩을 배워도 AI가 다 한다면, 그래도 배워야 하는 이유
"AI가 코드를 다 써주는데 코딩을 배울 필요가 있나요?"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미국의 한 교육 팟캐스트가 내놓은 답과, 저희 학원 학생들이 실제로 만든 것을 함께 보여드립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제 AI가 코드를 다 써주는데, 아이가 코딩을 배우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이 질문이 반갑습니다. 학원 입장에서는 불편한 질문일 수 있지만, 이 질문을 하는 학부모님은 이미 가장 중요한 지점을 보고 계신 겁니다. 코드를 타이핑하는 능력만 남는 교육이라면, 정말로 의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에 들은 미국 교육 팟캐스트 한 편이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매켄지 프라이스(MacKenzie Price)가 진행하는 「Future of Education」의 "Philosophy Might Become the Most Valuable Degree in the Age of AI" 편입니다. AI를 전면에 쓰는 학교의 열여덟 살 학생이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진행자가 이런 말을 합니다.
원문은 여기서 읽고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futureofeducation.substack.com/p/philosophy-might-become-the-most
5년 전에 "어떤 전공이 제일 좋은가"라고 물었다면 모두 컴퓨터공학이라고 답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학위의 가치가 많이 내려갔고, 대신 올라오고 있는 것이 철학과 심리학처럼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전공입니다.
10년 전만 해도 철학 전공은 농담의 소재였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입니다. 그리고 이유를 이렇게 정리합니다.
기술은 이제 누구나 무언가를 코딩하고 만들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틀을 갖추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지금은 사고를 외주 주는 시대가 아닙니다.
AI가 코드를 써준다면, 학생에게 남는 일은 무엇인가
저는 이 말을 학원의 언어로 이렇게 옮깁니다.
예전에는 학생이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문법을 외우고 오류를 잡는 데 썼습니다. 반복문 하나, 세미콜론 하나 때문에 한 시간이 지나가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 시간이 완전히 헛된 것은 아니었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학생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부분을 AI가 상당히 덜어줍니다. 그래서 수업에서 남는 시간이 생겼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가 이제 학원의 실력이 되었습니다.

지도를 못 읽게 된 세대
팟캐스트에 나온 학생이 든 비유가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종이 지도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GPS 때문에 지도를 볼 줄 모릅니다. 완전히 창밖으로 던져버린 거죠. AI에 무언가를 맡길 때 우리가 무엇을 내주고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비유가 정확한 것은, GPS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무도 종이 지도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을 내줬는지 알고 내주는 것과, 모르고 내주는 것은 다릅니다.
같은 학생이 이어서 이렇게 말합니다. AI를 쓸 때 "이걸 맡기면 다른 열 가지를 더 할 수 있나"를 함께 물어야 하고, 그렇다면 게을러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생기는 것이라고요. 저는 이게 열여덟 살이 할 수 있는 가장 어른스러운 정리라고 생각합니다.
편함을 조금씩 넘기다 보면
이 팟캐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토크빌 이야기였습니다. 이 학생이 참석한 학술 행사에서 다룬 개념이 연성 전제(soft despotism) 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독재는 눈에 보입니다. 누군가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그림입니다. 그런데 토크빌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계한 것은 그 반대였습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데, 매번 조금 더 편한 쪽, 조금 더 효율적인 쪽을 고르다가 결국 스스로 판단할 몫까지 남에게 넘겨버리는 상태입니다.
학생은 이 대목에서 영화 「월-E」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의자에 앉아 화면만 보고 있는 사람들. 누가 강요한 게 아니라, 그게 편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이 지금 교실에 정확히 들어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AI에 답을 물어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답을 받은 뒤에 아무것도 묻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게 맞나, 왜 이렇게 했나, 다른 방법은 없나. 이 질문이 사라지는 순간 학습은 멈춥니다.
그래서 저희 수업은 이렇게 설계했습니다
원칙은 하나입니다. AI에게 "어떻게"는 물어도, "무엇을"과 "왜"는 학생이 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운영합니다.
첫째, 문제를 학생이 직접 찾아옵니다. 주제를 정해주고 따라 만들게 하지 않습니다. 자기 생활에서 불편한 것을 하나 가져오게 합니다. 이 단계는 AI가 대신해줄 수 없습니다. 자기 학교, 자기 교실의 불편함은 그 학생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만든 과정을 글로 남깁니다. 무엇을 시도했고 왜 그 방법을 골랐는지, 어디서 막혔는지를 작품과 함께 기록합니다. 결과물만 남으면 AI가 만들어준 것과 구별되지 않습니다. 과정이 남아야 그 학생의 것이 됩니다.
셋째, 만든 것을 남에게 설명합니다. 친구에게, 학부모님께, 때로는 학교에. 설명하지 못하는 작품은 아직 자기 것이 아닙니다.
이 세 단계를 거친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두 가지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둘 다 202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작품입니다. 미리 밝혀두면 두 가지 모두 학교 안에서 쓰이는 시스템이고 저희 라운지에 올려 둔 작품이 아니라서, 이 글에서 눌러 보실 수 있는 링크로는 드리지 못합니다.
하나. 학교 자율학습 좌석 관리 시스템. 자율학습 좌석을 배정하는 방식이 불편하다는 문제를 학생이 직접 발견하고,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둘. 학교 급식 티켓 QR 코드 전환. 종이로 운영되던 급식 티켓을 QR 코드로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제를 학생이 찾았습니다. 둘째, 학교에서 실제로 쓰였습니다. 셋째, 학교생활기록부에 활동으로 남았습니다. 세 번째가 부수적인 결과처럼 보이지만,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스스로 정의한 문제를 실제로 해결한 기록이니까요.

AI가 코드를 다 써주면 코딩을 배울 필요가 없지 않나요?
코드를 '입력하는' 능력만 배우는 교육이라면 필요가 줄어드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만든 것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판단하고,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능력은 AI가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무엇을 만들지 아는 사람의 몫이 커졌습니다.
우리 아이가 AI에게 답만 물어보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정당한 걱정입니다. 저희는 결과물만 제출받지 않고 과정 기록을 함께 받습니다. 어떤 방법을 시도했고 왜 골랐는지 쓰지 못하면 그 작품은 완성으로 보지 않습니다. 답을 받는 것까지는 막지 않지만, 받은 답을 설명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것은 막습니다.
초등학생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인가요?
네, 오히려 초등 단계에서 더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지는 것은 문법 지식이 아니라 "불편한 걸 보면 내가 고칠 수 있다"는 감각입니다. 도구는 몇 년 뒤에 또 바뀌지만 이 감각은 남습니다.
AI를 쓰면 아이가 게을러지지 않을까요?
앞서 인용한 학생의 답이 제 생각과 같습니다. 아이와 접근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덜어낸 시간을 빈 시간으로 두면 게을러지고, 그 시간에 더 어려운 것을 시도하게 하면 이전보다 훨씬 멀리 갑니다.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는지가 학원이 할 일입니다.
마무리
AI를 무조건 환영하는 쪽과, 진행을 멈추자는 쪽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에 나온 학생은 두 입장 모두에 거리를 두면서, 토크빌이 민주주의에 대해 했던 말을 가져옵니다. 이미 와 있고,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남는 일은 하나입니다. 앉아서 생각하고, 이것을 어떻게 잘 그리고 비판적으로 쓸지 정하는 것.
저는 이 일이 학원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도구를 가르치는 것보다 어렵고, 성과가 늦게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열여덟이 되었을 때 남아 있는 것은 그쪽입니다.
위의 두 사례처럼 학교 안에서 쓰이는 것은 링크로 보여드리기 어렵지만, 라운지에 올라온 학생 작품은 누구나 로그인 없이 열어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만든 것을 직접 보시는 편이 설명보다 빠릅니다.
- 학생 작품 둘러보기: https://lounge.letscoding.kr/works - 학원 소개: https://lounge.letscoding.kr/academy
렛츠코딩앤플레이학원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이서면 출판로 46-5, 301호 063-714-2536

